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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4680 배터리, 8년 걸린 드라이 일렉트로드는 약속을 지켰는가 본문


2019년 5월, 테슬라는 슈퍼커패시터 회사 맥스웰 테크놀로지스(Maxwell Technologies)를 약 2억3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목적은 단 하나, 맥스웰이 자사 제품에 상업적으로 써 오던 '드라이 일렉트로드(dry electrode)' 공정을 리튬이온 배터리에 이식하는 것이었다. 액체 용매에 전극 재료를 녹여 코팅하고 그 용매를 다시 건조로에서 증발시키는 기존 습식 공정과 달리, 드라이 공정은 가루 형태의 활물질을 곧바로 필름으로 압착해 전극을 만든다. 용매를 아예 쓰지 않으니 건조 설비가 필요 없고, 공정 자체가 훨씬 단순해진다. 문제는 이 아이디어가 말처럼 쉽지 않았다는 데 있다.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슈퍼커패시터용 탄소 소재와 달리, 리튬이온 배터리의 캐소드 소재는 반응성이 강하고 기계적으로 훨씬 여리다. 단순한 기술 이전으로 끝날 줄 알았던 프로젝트는 8년을 끄는 엔지니어링 싸움으로 번졌다.
그리고 지난 2월, 테슬라는 마침내 캐소드와 애노드 양쪽 모두를 드라이 공정으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4680 셀의 두 전극 모두를 드라이 방식으로 만들어낸 것은 완성차 업체로는 처음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내부적으로는 이 공정의 수율이 90%를 넘는 안정 구간에 들어섰다고 밝혔는데, 업계에서는 이 수율 자체가 "양산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문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테슬라가 제시한 이점도 구체적이다. 캐소드 제조원가는 18% 넘게 줄고, 설비투자는 41% 절감되며, 전극 공정에 필요한 바닥 면적은 기존 대비 약 90% 줄어든다는 것이다. 습식 공정에서 가장 큰 비용과 공간을 잡아먹던 용매 건조·회수 설비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가능한 절감폭이다. 이 성과에 힘입어 4680 셀은 2026년형 모델 Y에 다시 탑재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한때 외부 공급사(LG) 셀로 일부 회귀했던 흐름을 뒤집는 '유턴'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공정의 완성이 곧 제품의 완성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게 최근 몇 달간 쏟아진 실측 데이터의 결론이다. 유럽에서 4680 '8L' 팩을 얹은 모델 Y 롱레인지 후륜구동 모델을 테스트한 유튜브 채널 아웃오브스펙로밍(Out of Spec Roaming)에 따르면, 배터리 상태(SOC) 31% 구간에서부터 이미 충전 출력이 155kW대에서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 유럽 모델 Y 라인업 중 충전 성능이 가장 떨어지는 배터리로 꼽혔다. WLTP 인증 주행거리도 후퇴했다. 기존 LG 2170 팩을 얹었을 때 661km였던 인증 거리가, 4680 팩으로 바뀐 뒤에는 603km로 발표됐다가 이후 609km로 소폭 정정됐다. 약 52km, 비율로는 8%가량 줄어든 셈이다. 먼로 앤 어소시에이츠(Munro & Associates)의 분해 분석에서도 4680 탑재 차량이 2170 탑재 차량보다 고작 20파운드(약 9kg) 가벼운 데 그쳐, 애초에 배터리 데이 때 약속했던 무게 절감 효과가 아직 온전히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유럽에서는 테슬라가 모델 Y 프리미엄 롱레인지 후륜구동 모델의 배터리를 LG 5M에서 4680 8L 팩으로 별다른 고지 없이 바꿔치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랑스·노르웨이 등 일부 시장에서 주문 취소 사례까지 보고됐다.

정리하면 지금 4680 배터리는 '제조 공정의 승리'와 '제품 성능의 실망'이 한 셀 안에 공존하는 모순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 드라이 일렉트로드 자체는 업계 전반이 주목하는 기술이다. 용매를 쓰지 않는 만큼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배출이 사라져 친환경적이고, 공정 단순화로 원가와 설비투자, 공장 면적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 등 경쟁사들도 유사한 공정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가 8년 만에 이를 대량생산 단계까지 끌고 온 것은 배터리 제조 공법 자체를 바꾸는 시도로서 산업사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만 에너지 밀도와 충전 성능이라는,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지표에서는 여전히 기존 공급사 셀에 못 미친다는 실측 결과가 이어지고 있어, '더 싸고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배터리'가 '더 좋은 배터리'로 이어지는 데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테슬라가 이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원가 절감의 과실은 고스란히 마진 개선에만 쓰이고 정작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체감 혜택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짚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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