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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테슬라-스페이스X, '하나의 회사'로 가는가 & KAIST, 2D 반도체 접촉 저항 벽을 허물다 본문
[심층기획] 테슬라-스페이스X, '하나의 회사'로 가는가 & KAIST, 2D 반도체 접촉 저항 벽을 허물다
Russell(Yun) 2026. 7. 31. 08:46
테마 1. 테슬라-스페이스X, 하나의 회사가 되는가 — 머스크의 '오버랩' 발언이 쏘아올린 합병론
7월 22일 열린 테슬라의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일론 머스크는 애널리스트의 질문 하나에 평소와 다른 신중함을 보였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합병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회사를 합치는 문제 같은 것은 실적발표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 없다,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곧이어 "두 회사 사이에 점점 더 많은 영역이 겹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고, 이 한마디가 이후 며칠간 두 회사의 주가와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뒤흔드는 진원지가 됐다. 머스크가 명시적으로 합병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추측성 보도에 선을 그어 온 것과 달리 처음으로 합병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지 않은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이날 발언 이후 스페이스X 주가(SPCX)는 오르고 테슬라 주가(TSLA)는 내리는 엇갈린 반응이 나타났고, 투자은행 애널리스트 진 먼스터(Gene Munster)는 두 회사가 2027년 초까지 어떤 형태로든 결합할 확률을 80~90%까지 끌어올려 제시했다.
머스크가 언급한 '겹치는 영역'의 실체는 이미 상당 부분 구체화돼 있다. 두 회사는 올해 들어 투자 및 협력 프레임워크 계약을 통해 관계를 한층 더 밀착시켰는데, 대표적인 것이 '테라팹(Terafab)'과 '디지털 옵티머스(Digital Optimus)'라는 이름이 붙은 공동 프로젝트다. 테라팹은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대량 생산하는 데 필요한 AI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두 회사가 함께 짓는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로, 머스크 스스로 "거대한 프로젝트"라고 표현할 만큼 비중 있게 다루는 사업이다. 디지털 옵티머스는 스페이스X 산하 AI 자회사 xAI가 개발한 대형언어모델 그록(Grok)이 옵티머스 로봇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배분하는 역할을 맡는 프로젝트로, 두 회사의 AI·컴퓨팅 역량이 사실상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묶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테슬라의 로보택시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을 활용해 통신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까지 거론되면서, 그록·테라팹·디지털 옵티머스·스타링크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사업 통합이 이미 합병 논의보다 앞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Official SpaceX Photos, Wikimedia Commons (CC0) — 테슬라 로보택시에 통신 안정성을 더할 것으로 거론되는 스타링크 위성군. 두 회사의 사업 통합은 합병 논의 이전부터 이미 여러 갈래로 진행돼 왔다.
문제는 이런 사업적 시너지가 매력적일수록 지배구조상의 우려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테슬라 지분 약 13%를 보유하고 있고 옵션 행사 시 지분율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반면, 스페이스X에 대해서는 상장 이후 기준으로 지분 약 42%에 의결권은 84%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 모두에서 최고경영자이자 최대주주, 나아가 사실상의 지배주주 지위를 갖고 있는 인물이 두 회사를 하나로 합치는 거래를 설계하는 셈이어서, 이해상충 우려가 짙게 깔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컬럼비아대 법학 교수는 이번 사안에 대해 "장기적으로 보면 머스크의 지배력이 더 강화되고, 관계자 거래 노출은 커지며, 소수주주가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견제장치는 약해지는 데다, 테슬라의 미래가 스페이스X의 비(非)테슬라 사업 성장에 종속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콜로라도대의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앤 립턴 교수 역시 "(소수주주는) 지배력을 잃게 되겠지만, 머스크가 이끄는 회사들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그런 지배력의 가치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고 냉소적으로 평가했다. RBC의 애널리스트 톰 나라얀은 실제 거래가 성사된다면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하면서 20~30%의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구조가 유력하다고 내다봤는데, 이 프리미엄 자체가 테슬라 주주들이 지배권을 넘기는 대가로 요구할 몫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두 회사가 합쳐진다면 머스크의 의결권은 결합 회사 전체에서 50%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 Dllu,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로보택시 서비스의 주력 차량인 테슬라 모델 Y. 합병이 성사될 경우 테슬라의 기업가치 산정과 주주 이해관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밸류에이션을 둘러싼 셈법도 간단치 않다. 스페이스X는 상장 당시 약 1조 75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반면,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1조 6000억 달러 수준이다. 두 회사를 합친 결합법인이 4조 달러에 가까운 '지상-궤도를 아우르는 AI 공룡'이 될 수 있다는 낙관적 분석이 나오는 동시에, 산출 방식에 따라서는 스페이스X 쪽에 유리한 교환비율이 책정돼 테슬라 주주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일부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와의 합병이 테슬라 투자자들을 구원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합병이 로보택시나 옵티머스 사업의 실적 부진을 가려주는 회계적 눈속임에 그칠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오버랩' 발언이 던진 진짜 질문은 두 회사가 합쳐질 것인가 여부보다, 한 사람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두 거대 기업의 사업이 이미 반도체 생산부터 AI 모델, 위성 통신, 로봇공학까지 뒤섞여 버린 상황에서 테슬라라는 상장기업의 주주들이 어떤 형태로 자신의 몫을 지켜낼 수 있는가에 있다. 오는 8월 4일 스페이스X의 첫 분기 실적 발표와 8월 6일 내부자 지분 락업 해제가 예정된 가운데, 이 논쟁은 당분간 더 뜨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테마 2. 2D 반도체의 '접촉 저항' 벽은 어떻게 허물어지는가 — KAIST, 단일 박막 속 반금속-반도체 경계를 규명하다
반도체 공정이 나노미터 단위로 미세화될수록 정작 발목을 잡는 것은 트랜지스터 자체의 성능이 아니라 그 트랜지스터에 전류를 실어 나르는 '접촉' 부위인 경우가 많다. 금속 전극과 반도체 채널이 맞닿는 경계면에서는 서로 다른 물질의 에너지 준위 차이 때문에 전자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벽, 이른바 쇼트키 장벽이 형성되고, 이 장벽이 만들어내는 접촉 저항은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전체 소자 저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특히 그래핀이나 이황화몰리브덴(MoS2) 같은 원자 두께 수준의 2차원(2D) 반도체 소재는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채널 물질로 꾸준히 주목받아 왔지만, 바로 이 접촉 저항 문제 때문에 실험실 수준의 성능을 실제 칩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최근 KAIST 신소재공학과 홍승범·강기범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 조성범 교수 연구팀과 함께 발표한 연구는 이 오래된 병목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 7월 국제학술지 매터(Matter)에 게재된 이 논문은 "단일 백금 디셀레나이드(PtSe2) 박막 내 반금속-반도체 계면을 가로지르는 전하 수송의 나노스케일 이미징"이라는 제목으로,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영규 박사과정생과 계민승 박사, 성균관대 홍지훈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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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Inductiveload,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 오늘날 반도체 산업의 근간인 실리콘 웨이퍼. 실리콘 미세화가 물리적 한계에 다가서면서 2D 소재 기반 트랜지스터가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연구팀이 택한 접근은 발상 자체가 기존과 다르다. 보통은 성질이 전혀 다른 두 물질, 즉 금속 전극과 반도체 채널을 물리적으로 이어 붙여 접촉을 만든다. 반면 이번 연구는 PtSe2라는 단 하나의 물질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PtSe2는 박막의 두께에 따라 전자 구조가 달라지는 독특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비교적 두꺼운 영역에서는 금속에 가까운 '반금속' 상태로, 원자 한두 층 수준으로 얇아지면 '반도체' 상태로 성질이 바뀐다. 연구팀은 하나의 연속된 박막 안에서 두께를 국소적으로 조절해 반금속 영역과 반도체 영역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 전극과 채널 사이에 이종 물질 간 경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단일체(monolithic)' 구조를 구현했다. 연구팀은 이 접합부의 전하 이동을 실제로 관찰하기 위해 전도성 원자힘현미경(C-AFM)을 이용해 나노미터 단위에서 전류의 흐름을 직접 시각화했다. 그 결과 전류가 반금속 영역에서 반도체 영역으로 넘어갈 때 경계에서 멈추거나 흩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져 흐른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확인됐고, 반금속과 반도체 영역이 결합된 구조에서도 전류 흐름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함께 검증됐다.

그림: 자체 제작(matplotlib) — 왼쪽은 금속과 2D 반도체를 이어 붙일 때 발생하는 쇼트키 장벽과 접촉 저항을, 오른쪽은 KAIST 연구팀이 구현한 단일 PtSe2 박막 내 연속 접합 구조를 도식화했다.
연구를 이끈 홍승범 교수는 "2차원 반도체 계면을 가로지르는 전류의 흐름을 나노미터 단위에서 직접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경계가 없는 매끄러운 접합이 전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만큼, 차세대 반도체 전반의 접촉 저항 문제를 해결할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PtSe2를 활용해 접촉 저항을 낮추려는 시도 자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같은 연구그룹은 2024년에도 반금속성 PtSe2를 MoS2·WSe2 트랜지스터의 전극 소재로 적용해 접촉 저항을 개선하는 연구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에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그 연구가 여전히 '서로 다른 두 물질을 접합'하는 이종 접합 방식이었다면, 이번 매터 논문은 아예 하나의 물질 안에서 상(phase)만 다르게 만들어 접합 자체를 없애 버렸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결과로 평가된다.
이 연구가 갖는 산업적 함의는 반도체 스케일링이 처한 현실과 맞물려 있다. 실리콘 기반 미세공정이 물리적 한계에 다가서면서, 업계는 2D 채널 소재를 활용한 트랜지스터나 여러 층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3차원 집적, HBM4급 유기 기판 표준을 둘러싼 패키징 경쟁 등 다양한 방향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접촉 저항은 이 모든 방향에서 공통으로 마주치는 병목이기 때문에, 단일 물질 안에서 접합을 구현하는 이번 접근이 실제로 유효하다면 앞으로 다양한 2D 소재에 응용될 잠재력이 크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하다. 이번 연구는 실험실 규모의 박막에서 관찰된 현상이며, 이를 웨이퍼 단위의 대면적 공정으로 옮기고 기존 CMOS 공정과 호환시키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과제다. 반금속-반도체 상전이를 유발하는 두께 제어를 대량 생산 공정에서 얼마나 정밀하고 균일하게 재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구조가 실제 트랜지스터의 온-오프 특성이나 소자 신뢰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후속 검증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발표는 실험실의 완성된 답이라기보다는, 접촉 저항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다시 풀어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이정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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