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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평생 바닷속에 살아온 대가 — 제주 해녀 10년 추적 연구 (2026.08.07) 본문
숨을 참고 캄캄한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아온 사람들이 있다. 제주 해녀다. 그런데 이들의 몸에 오랜 세월 물질이 남긴 흔적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숫자로 확인됐다. 제주대학교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공동연구팀이 2026년 8월 7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해녀는 일반인보다 코와 목 질환 위험이 최대 55%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잠수복 하나에 의지해 맨몸으로 바다와 씨름해 온 대가가 상기도 건강에 고스란히 새겨진 셈이다.
왜 주목해야 하나 — 직업이 만드는 건강 격차
우리는 흔히 건강을 식습관이나 운동 같은 개인의 선택 문제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몸을 쓰며 살아가는지도 건강을 크게 좌우한다. 해녀는 산소통 없이 맨몸으로 잠수해 전복과 해산물을 채취하는 전통 방식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찬 바닷물과 급격한 수압 변화를 견디며 숨을 오래 참아야 하는 이 노동은 오랫동안 경험적으로 몸에 좋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지만, 실제로 코와 목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대규모 데이터로 확인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정 직업군의 반복 노출이 만드는 건강 유해 조건을 정면으로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맨몸으로 깊은 바다를 잠수하는 일은 코와 목 점막에 장기간 부담을 준다 (출처: Pexels)
무엇을 밝혔나 — 8,868명, 10년의 추적
연구팀은 제주 해녀 8,868명과 일반인 대조군 2만 6,604명의 의료 데이터를 약 10년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해녀의 비강 질환 발생 위험은 일반인보다 19% 높았고, 급성 부비동염 위험은 37%, 알레르기 비염 위험은 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세 미만 해녀에서는 알레르기 비염 위험이 55%까지 뛰어올랐다. 코뿐 아니라 목 건강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두 질환 위험은 31%, 후두 질환 위험은 28% 더 높았다. 잠수 경력이 쌓일수록 몸에 흔적이 남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 질환 | 일반인 대비 위험 증가율 |
|---|---|
| 비강질환 | +19% |
| 급성 부비동염 | +37% |
| 알레르기 비염 (전체) | +30% |
| 알레르기 비염 (50세 미만) | +55% |
| 인두질환 | +31% |
| 후두질환 | +28% |
※ 해녀 8,868명·대조군 26,604명, 10년 추적 (출처: 제주대병원·삼성서울병원, Rhinology 2026.07)
상세 메커니즘 — 찬물과 압력이 점막에 남기는 부담
연구팀은 찬 해수와 급격한 압력 변화, 그리고 반복되는 무호흡 잠수가 코와 목 점막에 지속적인 자극을 준다고 분석했다. 물속에서 숨을 참는 동안 코와 목 안쪽 점막은 평소와 다른 압력 환경에 놓이고, 이 상태가 매일 몇 시간씩, 수십 년간 반복되면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거나 점막의 방어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농도 염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도 점막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를 이끈 장석원 제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해녀들의 직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진료와 예방 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주변의 비슷한 사례들
특정 직업이나 생활 방식이 상기도 건강에 영향을 주는 사례는 해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먼지가 많은 작업장에서 오래 일한 사람, 건조하고 차가운 냉방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는 사무직 근로자,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야외활동을 자주 하는 사람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원리로 코와 목 점막에 부담을 받는다.
이번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단일 직업군을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국내 첫 코호트 연구로 추적해 막연한 우려를 구체적인 수치로 바꿔냈다는 데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특정 직업군의 반복적 환경 노출이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직업건강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계와 다음 질문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인 만큼, 해녀라는 직업 자체가 질환을 직접 유발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흡연이나 거주 지역, 기존 건강 상태 같은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신저자인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센터장도 상기도 질환의 위험 요인을 더 정밀하게 규명하고 예방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잠수 시간이나 경력 연차에 따라 위험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떤 예방 장비나 관리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전망과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제주 해녀 사회에서 이번 연구는 단순한 학술 성과를 넘어 실질적인 의료 지원 체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비인후과 정기 검진을 해녀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하거나, 잠수 전후 코와 목 점막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관리법을 제도화하는 식이다.
더 넓게 보면 이 연구는 우리 각자의 일과 생활 환경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건강에 쌓여간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찬 공기, 건조한 환경, 반복적인 압력 변화에 노출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코와 목 건강을 챙기는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만하다.
출처
제주대학교병원·삼성서울병원, "Upper airway disease in Jeju Haenyeo: the aging and resilience cohort (JH-ARC) study", Rhinology (2026.07) · 하이닥, "평생 물질한 제주 해녀, 코·목 질환 위험 높았다… 10년 추적 연구 결과"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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